원기 109년 (2024년) 3월 8일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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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반도체 특화단지에서 준비하지 않은 것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 등 3대 산업에 대한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용인에 1244만여㎡(약 376만 평) 규모의 초대형 반도체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가 조성 중입니다. 이 엄청난 규모의 용인 반도체 특화단지에만 필요한 전력이 15GW라고 합니다. 정부는 유관기관 TF팀을 꾸려 2036년까지 3GW 규모의 LNG 발전소를 짓고 7GW 이상은 2037년 이후 서해안 초고압 직류망 등 장거리 송전선로를 통해 호남과 동해안의 발전력을 공급할 예정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전력 수급 계획이 세계적 기업의 탄소중립 달성 요구와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네덜란드를 본사로 둔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은 최근 발표한 연간 보고서에서 “2040년까지 고객 업체들을 포함한 모든 생산·유통 과정에서 ‘넷제로(탄소 순배출량 0)’를 달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ASML은 넷제로 달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100% 신뢰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사용으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합니다. 이는 RE100을 뜻하는 말로 LNG나 핵발전은 제외된다는 말입니다.

‘슈퍼 을’ ASML 원전 배제 요구에 ‘반도체 동맹’ 영향받나

ASML은 첨단 반도체 제조 공정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유일한 기업입니다. 고객사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으로 한국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지난해 ASML 매출의 약 25% 차지했고 대만이 30%, 중국이 29%입니다. ASML은 판매사이지만 제품을 사기 위해 줄 서서 기다려야 하는 만큼 반도체 산업의 ‘슈퍼 을’입니다. ASML은 올해 대만 사업장에서 사용할 전력의 75%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할 계획임을 소개하며 “우리는 신뢰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가 거의 없는 한국에서 계속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토로합니다.


RE100으로 향하는 세계 기업들, 반대로 가는 우리나라

전 세계 RE100 참여기업은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ASML 등 400개 사를 넘어섰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등 국내 주요 기업도 RE100 달성을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너지공단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2년 기준, 국내 전력사용량 중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이 9%에 그칩니다. 주요 반도체 생산시설이 국내에 있는 SK하이닉스 역시 재생에너지 전환율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에 재생에너지 100%를 요구합니다. 따라서 핵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기는 제외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