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기 110년 (2025년) 1월 3일 발행
안전에 둔감한 저가항공의 참사
한 해의 시작이 검은 리본과 눈물로 가득했습니다. 세계인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K-문화의 산지, 첨단 IT 강국으로 부러움을 샀던 대한민국이 한순간에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의 현장으로 전락했습니다. 극적으로 살아난 2명의 승무원 외에 구조된 생존자가 단 한명도 없다는 참담한 현실은 먹먹한 슬픔과 함께 사고의 무서움을 깊이 새기게 합니다.
사고의 원인을 둘러싼 여러가지 추측과 섣부른 진단이 부지불식간에 생사를 달리한 영가와 유족들에게 또다른 상처가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때인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안전’에 둔감한 저가항공사들의 관리부실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주목해야 합니다. 특히 저가항공 업계 1위였던 제주항공이 성장과 경제적 이익을 앞세워 항공안전법을 위반한 사례도 1위였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사고 직후 제주항공에서 내놓은 대책이 “당분간만 항공기 운항횟수를 줄이겠다”라는 점에서 여전히 반성하지 않는 위험하고 뻔뻔한 기업의 태도를 확인하게 됩니다.
참사의 기억을 빨리 덮으려만 하고, 시민들의 자원봉사와 추모로 유족들을 위로하기에는 그 피해가 너무 큽니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을 배반하고, 오히려 그 기술이 한 순간에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는 대형 참사를 만든 것은 오직 탐심에 찌든 인간의 배은 때문입니다. 참사를 겪고도 추모 이후에 ‘안전 최우선’으로 회심하지 않는 ‘모진 탐욕’을 끊어내지 않는다면 살아남은 자의 슬픔은 계속될 것입니다.
한빛 6호기 방사선 감시 없이 공기 배출
사고는 예고없이 오는 것이 아닙니다. 수많은 전조와 경고가 있지만 그 경고를 무시하고 예방하지 않은 결과로 터져나오는 것입니다. 영광의 한빛핵발전소도 수 많은 고장, 사고가 경고등을 밝히고 있는데 계속 ‘무감’해도 되는지 묻고 싶습니다.
어수선한 연말 시국에 묻혀 주목받지 못한 작년 12월 27일 뉴스를 다시 살펴봅니다. 한빛 6호기가 7월부터 9월까지 진행된 계획예방정비를 하면서 방사선감시기 설계를 변경했는데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10월부터 원자로가 있는 격납건물 내 공기가 외부로 유출되고 있는 것을 뒤늦게 알고 조사를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방사선 감시기가 제대로 동작하는지 확인도 없이 운행을 하고 있었다는 것도 문제고, 주요 기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상태를 알리지 않은 것도 문제인데, ‘사고가 나지 않았으니 괜찮다’는 사업자의 안전불감증, 똑같이 무심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배은에 우리도 외면으로 동조하고 있지 않은지요.
2025년, 을사년이 시작되었습니다. 제주항공 사고로 희생된 179명 영가들의 해탈 천도를 기원하며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살아남은 자의 도리를 다 해야겠다는 서원을 세웁니다. 올 해는 더이상 추모의 촛불을 들지 않도록 12월로 예정된 한빛 1호기를 안전하게 폐쇄하겠습니다. 천지보은하는 선연들의 힘을 키우고 생명평화탈핵을 앞당기겠습니다. 살리고 살리는 기도의 힘을 믿습니다.